도량석은 한국불교 사찰에서 새벽 세 시에 대웅전 앞에서 시작해 목탁을 치며 게송 등을 염송하며 도량을 돌며 사찰의 대중과 제신에게 새벽이 되었음을 알리는 의식이고, 조석예불은 아침저녁으로 일체의 불보살과 각 전각에 모신 분에게 인사드리는 의식이다. 도량석은 여느 북교국가에서 볼 수 없는 한국불교의 특징으로 사찰의 전 대중이 함께 예불을 올리며 공동체의식을 고양하고 가일층 수행을 다짐하는 대표적인 일상의례라고 하겠다.
■ 도량석 여느 산사에서와 마찬가지로 통도사에서도 수행자의 하루는 새벽 3시의 도량석(道場釋)으로부터 시작된다. 목탁을 치며 도량을 돎으로써 어둠을 풀어 사찰의 대중과 천지만물에 새벽이 되었음을 알리고 도량을 청정하게 하는 의식이다. 통도사에서는 학인스님이 한 철씩 돌아가면서 도량석의 소임을 맡고 있다. 도량석을 집전하는 학인스님은 2시 50분경 먼저 금강계단의 정문을 열쇠로 풀고 참배를 하고나서 대웅전 앞에서 합장 반배한 다음, 3시가 되면 목탁을 울리기 시작한다. 어둠을 서서히 깨우기 위해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시작하여 천천히 소리를 높이게 되는데, 이렇게 올리고 내리기를 세 차례 반복한 다음 경내로 발걸음을 옮긴다. 목탁과 함께 법성게(法性偈)를 염송하며 도량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스님들의 거처마다 불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한다. 학인스님은 대웅전에서 중로전 구역으로 이동하여 불이문을 거쳐 종각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극락전 앞으로 돌아 대웅전 앞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선다.
부처님을 향해 절을 올리고 뒤로 돌아서서 반대편을 향해 다시 처음처럼 목탁을 세 차례 올리고 내림으로써 도량석의 소임을 마치게 된다. 처음의 목탁이 부처님을 향해 고하는 것이라면, 대웅전을 등지고 울리는 목탁은 대중을 향한 의미이다. 이렇게 도량석을 마치는 데까지 15분 남짓한 시간이 걸린다.
도량석이 끝나기 전에 여기저기 처소에서 스님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불전사물(佛殿四物)의 소임을 맡은 4인의 스님이 줄을 지어 범종각으로 향하고, 아침예불을 위해 일찌감치 설법전(說法殿)으로 향하는 스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도량석을 기점으로 한편에서는 불전사물을 울리고, 한편에서는 아침예불 준비에 들어가는 셈이다. 도량석을 마치면서 대웅전의 정문이 열리고 하나둘 부지런한 신도들도 사찰을 찾는다.
통도사 범종각은 이층 누각형식의 건물로 아래층에는 2기의 범종(梵鐘), 위층에는 법고(法鼓)ㆍ목어(木魚)ㆍ운판(雲板) 등 사물이 있다. 사물을 다룰 스님들이 범종각으로 들어서서 먼저 근래 조성한 신종(新鍾)을 작게 울리며 종송(鐘誦)을 염송한다. 이어서 예경문과 파지옥게로 알려진 화엄경 제일게, 파지옥진언, 장엄염불, 나무아미타불 정근을 하여 어둠이 짙은 고요한 산사에 스님들의 염불소리가 퍼진다.
염송을 마치면 3시 30분경 3인의 스님이 범종각의 이층으로 올라가 각각 자리를 잡고, 운판→ 목어→ 법고의 순으로 사물을 울린다. 마지막으로 3시 35분경이면 아래층의 스님이 17세기에 조성된 대종(大鍾)을 타종하기 시작하여 총 28추를 울리게 된다. 도량석의 목탁소리로 세상에 다시 날이 밝았음을 알린 다음, 이어 범종각의 사물을 울려 세상의 모든 존재를 어리석음에서 일깨우며 구제하는 범음을 전파하는 것이다.
■ 조석예불 통도사의 조석예불은 3시 50분경에 시작된다. 총무스님이 “새벽예불은 불전사물부터 시작되므로 3시 30부터 시작”이라고 하였듯이 불전사물을 울리면서 아침예불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통도사는 총림이기에 아침예불이 세 곳으로 나누어 거행된다. 사중스님들과 강원스님들은 설법전에서 아침예불을 올리고, 선원과 율원에서는 각각의 법당에서 아침예불을 올린다. 여기서는 대중들에게 개방하는 설법전의 아침예불을 살펴본다. 설법전의 아침예불은 대개 60인 내외로 진행된다. 법당에 대중스님들이 모이고, 불전사물의 범종소리가 끝나가면서 종두스님이 법당 안의 소종을 울린다. 작은 소리로 시작하여 점차 높은 소리로 오르내리기를 3회 정도 반복한 다음, 목탁을 울림과 동시에 모두 기립하였다.
먼저 노전스님이 차를 올리는 다게(茶偈)를 염송하고, 모든 대중이 삼배를 올린다. 이어 본격적인 예참의례가 시작되어 한국불교에서 아침저녁 예불로 올리는 칠정례(七頂禮)를 다함께 염송하였다. 일반적으로 칠정례의 예경대상은 석가모니불, 불타야중, 달마야중, 문수보살 등 4대보살, 영산당시 아라한중, 전법의 역대조사와 종사, 승가야중이다. 그런데 통도사에서는 불보로 석가모니불와 함께 아미타불, 미륵존불, 영축산중금강계단 정골사리자비보탑을 더하고, 승보에 창건조사인 자장율사를 더한 11정례로 봉행되고 있다.
다음은 노전스님이 행선축원을 고한다. 행선축원(行禪祝願)은 선방축원이라고 알려졌는데, 모든 중생과 나라의 평안을 기원하며 중생교화를 위해 정진할 것을 다짐하는 수행자의 서원을 다짐하는 의식이다. 기원과 다짐의 축원이 끝나면 반야심경을 염송하고, 모든 대중이 삼배를 올린다. 이어 송주(誦呪)로 천수경을 염송한다. 한국불교에서는 일찍부터 아침예불 시 천수경을 송주하고 있다.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염송함으로써 소원을 이루거나 업장을 참회하고 정화하는 의식이다.
천수경으로 송주를 마친 대중은 입정(入定)에 들게 된다. 소임스님의 죽비를 세 번 치는 소리를 신호로 선정에 들어 일체의 생각을 멈추고 나와 법의 실상을 관하는 것이다. 죽비를 세 번 치면서 아침예불을 마치고 대중스님들은 상단에 예를 올린 다음 퇴장한다. 이렇게 통도사의 아침예불은 ‘다게-칠정례-행선축원-반야심경-송주-입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30분〜35분 동안 이어진다.
설법전의 아침예불을 마치고나면, 강원스님들이 각자 맡은 전각으로 가서 예불을 올린다. 먼저 청수를 올리고 삼정례의 예경과 기도로써 통도사의 모든 법당마다 아침 문안인사를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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