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우공양은 밥 먹는 일을 수행의 일환으로 여겨 일정한 법식에 따라 발우에 담아먹는 승가(僧家)의 전통 식사법이다. 발우를 내리고 펼 때부터 음식을 분배하여 공양한 뒤 발우를 깨끗이 비우기까지, 각 단계마다 게송을 외면서 공양의 과정 하나하나를 수행정진의 과정으로 여긴다. 따라서 먹는 일에 집중하고 감사하며, 생명과 생태환경을 중시하고, 평등한 식사법을 실천할 수 있어 출가수행자들만이 아니라 물질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가치로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 한국사찰에서 전통 발우공양의식을 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일상적으로는 상공양을 하더라도 많은 대중이 수행ㆍ정진할 때는 발우공양을 하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근래에 와서는 안거 중이라 하더라도 점차 간편한 상공양으로 대체해가고 있다. 통도사에서도 안거 중 조공(朝供)에 발우공양을 하고 있으나 사중행사가 많아 행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2015년 동안거 기간의 경우를 보면 음력 11월 한 달 동안 화엄산림법회를 하기 때문에 열흘간만 발우공양을 하였다.
발우공양은 전통사찰에서 예부터 엄숙히 시행돼온 대중 식사의식의 전범(典範)이라 할 수 있다. 대방 선반 위에 발우가 정연하게 얹혀 있는 정경은 숙연한 분위기와 함께 수행가풍을 느끼게 한다. 선반의 발우를 내리고 좌차(座次)대로 앉아 발우를 펴고 죽비에 맞춰 공양을 행하는 의식은 단순한 식사를 위한 것만이 아닌 수행의 한 법도이다. 시절이 변하여 편의주의를 택하고 있지만 형식이 바뀌면 내용과 정신도 바뀌기 쉬우므로 전통의식의 단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스님들의 발우공양이 활발히 전승되지 않는 데 비해, 수련회나 템플스테이 등에서 행하는 재가자들의 발우공양은 오히려 활성화되어 있다. 일반인이 사찰에서 공양할 때는 출가자의 법식대로 하기 힘들기 때문에 게송을 생략하고 간편하게 행하는 방법을 별도로 마련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가자의 발우공양 또한 승려들의 대중공양 법식을 토대로 한 것이기에 기본적인 절차와 내용은 동일하다.
근래 현대인들은 수련회나 템플스테이 등으로 사찰을 찾아 기도정진하면서 발우공양에 깊이 매료되고, 외국인들 또한 한국의 발우공양 체험을 즐겨한다.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낯설고 까다로운 식사방식인 발우공양이 왜 현대인들의 가슴에 새겨지는 것일까. 그것은 기름진 음식이 넘쳐나고 한 끼 밥상의 소중함을 잃어가는 시대에, 사교와 식탐이 난무하는 식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먹는 일에 집중하는 특별한 시간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불교가 지닌 미덕이 집약되어 있는 발우공양의 정신과 가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발우공양은 음식과 밥 먹는 일에 지극히 감사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둘째, 발우공양은 생명과 생태환경을 중요하게 여김으로써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한다. 셋째, 독상과 겸상의 미덕을 갖추면서 차별 없이 평등하게 공양한다. 현대인에게 밥을 먹는다는 일은 곧 허기를 채우는 것, 맛을 즐기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교감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비해 발우공양은 천천히 그리고 집중하여 ‘밥’에 대해, ‘밥을 먹는 일’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그러한 명제를 각자에게 던져주기 때문이다. 공양의 의미를 곰곰이 새기면서 여러 단계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식사가 시작되며, 밥을 먹는 과정도 자기를 관찰하고 함께 어우러져 먹는 일 전체를 관조해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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